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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광기와 신념 사이…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룰루루 랄라라 2025. 3. 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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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계시록’은 2025년 3월 21일 공개 이후 강렬한 여운과 화두를 남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신념’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인간의 광기를 치밀하고 묵직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실종 사건의 범인을 ‘신의 계시’로 단죄하려는 목사 성민찬(류준열),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힌 형사 이연희(신현빈), 그리고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전과자 권양래(신민재)의 엇갈린 신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 남성이 성민찬의 아들을 데려가면서 사건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성민찬은 우연히 빗물에 번진 전단 속 권양래의 얼굴을 보고, 그가 범인이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믿는다. 그는 이후 만나는 모든 단서와 상황을 신의 뜻으로 해석하며, 점차 왜곡된 신념 속에 스스로를 가둬간다.

“우연이라는 건 없어요. 다 그분의 인도하심 뿐이죠.” - 성민찬

출처 입력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계시’라는 단어가 지닌 종교적 의미를 현대 사회의 맥락 안에서 현실적으로 그려낸다는 데 있다. 성민찬의 광기는 중세 마녀사냥, 매카시즘, 카미카제, 문화대혁명 등 인류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온 맹목적 신념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형사 이연희 역시 뚜렷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동생을 잃은 후 그녀는 늘 환영 속에서 살아간다. 범죄자 권양래를 다시 마주하게 되며, 그를 감정했던 정신과 교수에게 “당신이 핑곗거리를 줬다”고 외치지만, 교수는 그를 “악마가 아닌, 고장 난 인간”이라 말한다.

 

권양래의 비정상적인 신념도 영화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 그는 범행의 책임을 ‘외눈박이 괴물’에게 떠넘기며, 내면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와 신념을 그림자의 형상으로 드러낸다.

특히 영화 후반, 성민찬이 교회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서 그의 그림자가 마치 ‘외눈박이 괴물’처럼 보이는 연출은 상징성과 영화적 미학을 모두 갖춘 명장면이다.

 

영화 ‘계시록’은 인물 간의 심리적 대립과 내면의 균열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믿음과 인간성,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힌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 특유의 현실적 연출과 배우들의 내면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제작진은 자연광을 적극 활용하고 CG를 최소화하며 리얼리즘을 추구했다. 빗물에 번지는 전단, 천사의 형상을 한 구름, 5분 30초의 롱테이크 신 등은 영화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등 배우들의 열연 또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

 

‘계시록’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믿고 따르는 ‘신념’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광기로 치닫을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작품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경고이자 성찰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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